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었다. 내란이 수습되고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년간 광장을 지켰던 여성들이 있었다.
2024년 12월 3일, 민주주의가 붕괴되고 헌정 질서가 파괴되던 날, 누구보다 먼저 거리로 나선 것은 청년 여성들이었다. 여성이 국가적 위기의 최전선에 망설임 없이 스스로를 내던진 배경에는 여성혐오적인 공약과 시대착오적인 담론으로 권력을 잡은 윤석열 정권을 향한 분노가 있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여성의 삶은 비상사태에 놓여있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묵과하며 한국에 적대적 여성혐오가 증식할 토양을 마련했다. 이에 폭발한 여성의 분노가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여성의 생존 기반을 해체해 온 정치를 심판하려는 의지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이 치러지는 동안 여성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여성의 존재와 여성혐오로 얼룩진 정치의 각성을 촉구하는 여성의 목소리는 완전히 지워졌고, 여성의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심각한 모욕과 좌절을 겪었음에도 여성들은 다시 한번 당선자에게 기회를 주었다.
이재명 당선자는 여성 유권자를 무시하는 실책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새로 출범할 정부는 국민 절반을 짓밟고 여성혐오를 이용하려 했던 지난 정권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후퇴한 여성정책을 복구하고, 구조적 성차별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길 바란다. 아울러 식물 상태로 전락했던 여성가족부의 본래 기능을 조속히 복원하고, 여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폭력과 차별을 근절할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성의당은 여성에게 모욕을 안긴 이번 대선을 좌절과 체념의 순간으로 남게 두지 않고, 정치에서 지워진 여성의 대표성을 확립하기 위해 치열하게 여성을 대변하겠다. 여성정책을 책임지고 추진할 적임자 인선부터 시작해, 오랜 기간 여성이 요구해 온 정책들이 추진되는지 계속해서 감시해 나갈 것이다. 이재명 당선자는 여성혐오로 얼룩진 정치를 바꿔내고, 국민의 절반을 지우지 않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이상 여성의제를 후순위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