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약속을 향해 국민의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예산 삭감 및 장관 공석으로 무력화한 여성가족부의 규모 확대는 실질적 기능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과, 현 정부 기조상 확대·개편된 성평등가족부가 여성폭력 및 성차별 등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추가적인 노력을 쏟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린다.
두 가지 입장 모두 현실적이다. 2025년 정부 예산 677조 4천억 원 중 여성가족부에 배정된 예산은 1조 7천억 원으로, 전체의 0.26%에 불과하다. 여성가족부는 타 부처 대비 극도로 낮은 예산 규모와 인력 부족으로 성평등 주무 부처로서의 기능 수행이 저해되는 구조적 한계를 겪어 왔다. 만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부처의 위상과 권한이 강화된다면, 이는 예산 증액과 부처의 실효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부처 개편 과정에서 성평등가족부가 성평등 실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련 기능을 강화할지는 미지수다. 여성가족부의 사업은 대부분 가족·청소년 정책에 배정되어 있으며, 여성 정책 예산의 비중은 넉넉히 잡더라도 10퍼센트대에 불과하다. 일부 남성들이 "여성가족부의 존재 자체가 남성을 향한 역차별"이라 공격해 온 것과는 달리, 실제로 여성 차별을 해소하는 기능은 미약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게다가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신영숙 차관에게 “남성들이 불만을 가진 이슈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느냐”고 물으며 성평등가족부 확대·개편 의사를 밝힌 사실, 그리고 후보 시절부터 역차별론을 제기하며 ‘남성 보호’를 강조해 왔던 대통령의 행보에서는 성평등 실현보다 남성들의 민원을 처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드러났다. 여성가족부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편향적 시각이 반영된 채로 개편이 추진된다면 여성가족부는 현존하는 ‘구조적 성차별 개선’보다 ‘남성 민원 처리'에 방점을 두고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여성가족부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확대·개편의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여성을 향한 차별과 폭력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성평등을 이룰 수 없으며, 여성가족부에 배정되었던 기존 예산 및 인력 규모로는 성평등이라는 국가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무늬만 확대된 조직이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을 복원하기 위해, 여성 문제 관련 예산을 기초부터 재정비하고 정책의 취지를 이해하며 실행 역량을 갖춘 인물을 장관으로 임명해 정책 수행을 뒷받침할 물적·인적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관계 부처와의 유기적 협력이 필수적인 여성가족부의 특성상, 해당 부처의 수장뿐 아니라 정부 전체의 인사 구성 역시 정책 실현의 핵심 변수가 된다. 대통령실과 국정기획위원회조차 여성 비율이 현저히 낮고, 주요 의사결정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여성가족부 개편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가 여성 배제를 일관되게 밀어붙였던 윤석열 정부의 ‘여성 지우기’ 기조와 뚜렷한 단절을 증명하려면, 향후 여성가족부의 본래 취지를 고려한 인사 원칙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정부는 형식적 평등을 넘어 실질적 기회의 평등을 천명하며 누구든지 성별에 의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규정한 헌법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여성가족부를 개편해나가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여성 정책을 정부 의제로 본격화하고 여성 차별을 철폐하며 여성의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출범한 ‘여성부’에서 시작되었다. 이재명 정부는 여성가족부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말고, 여성부 출범의 배경을 고려하여 해당 부처가 성차별과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기능할 수 있도록 개편하라.